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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기일이라서 제사를 지내는데 계속해서 여자 생각만 하고 있었다.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건강하게 지내고 있을까?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겨우 이정도일까. 겨우 5년인데, 벌써 어머니를 잊은걸까. 사진을 봐도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러면, 그래, 5년이면 그녀는 내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겠지. 가장 사랑한다고, 평생 사랑하겠다고 했던 나를. 나도, 언젠가는. 다시 정신이 들어보면 죄책감과 죄악감 뿐이다. 어머니 기일인데도 이런 생각 뿐인걸까, 나는. 이만한 불효도 없다. 여자 생각에 성적도 떨어져가고, 게다가 기일에 잡생각까지. 향이 숨을 못 쉬게 만든다.
학원 강의중 선생에게 전화가 걸려와 잠시 쉬는 중 이였다.
갑자기 괴상한 비명이 들리더니 의자와 사람이 넘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끄어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일까. 윗층에 병원이 있었던거 같아 병원에서 나는 소리인줄 알았다. 신경 쓸 필요는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선생이 들어오며 열린 문 사이로 중2쯤 되어보이는 남학생이 "샘! 국어선생님이 이상한데요?"라고 말했다. 끄어억 소리는 옆 방에서 나는 소리일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도와줘야 할까. 아직 전화를 받는 중이던 선생은 들고있던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삼십초 후 밖엔 대략 소동. 세게 사람을 치는 소리가 여러번, 괜찮아? 괜찮아? 소리가 세번. 몇 분 후 강의가 끝났을때는 이미 조용한 상태였다. 가방을 메고 나오는 중 힐끗 본 불이 꺼진 4평 남짓한 방엔 마른 편인 남자 한명이 누워있었다. 순간 섬뜩했다. 아마 죽었을것이다. 어두운 방에 누워있는 사람과 대조적으로 밝은 밖에 서있는 두 명의 학생들. 다른 선생이 "너희는 이제 그만 집으로 가라."고 말했다. 마치 죽었다고 말하는것 같아 소름돋았다. 밖으로 나와 보니 건물 밖에 구급차가 도착해 있었다. 만약 나라던지 내 선생이 도왔으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윗층이였다고 하더라도 확인해봐야 하지 않았을까? 옆방이란걸 알고 도와달라고 했을때 도와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일이 없을거라는 자기변명이, 나와는 별 관계 없다는 생각이 한 사람을 구할 타이밍을 놓쳤는지도 모른다. 계속 신경쓰이고 죄책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나도 내가 이렇게 개인적인 사람일줄은 몰랐었다. 그리고 6일이 지난 지금, 죄책감조차 희미해졌다. 아직도 그 방에는 수업이 없다. 문을 열어보면 부자연스럽게 놓인 의자와 아직도 남아있는 일회용 커피잔이 보일 뿐이다. 누군가의 아버지였을수도 있고, 누군가의 남편일수도 있고, 하지만 누군가의 아들이였음이 분명한 한 남자는 그의 자식과, 아내와 부모에게는 쉽지는 않게, 그렇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겨우 6일만에 잊혀진다. 어디서 가치를 찾아야만 할까.
집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의 철근이 빠졌다. 이렇게 필수요소가 빠진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중에 첨가할수도 없이, 기회는 단 한번.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 나는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두기엔 너무나도 불완전하니까. 그렇지만 슬프게도 다시 지을수가 없다. 되돌릴수도 없고, 재시작조차 불가능한게 삶이니까. 불완전하게 살아가야 할까. 길이 하나뿐이라는게 절망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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